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 팬데믹 선언 후 석 달이 넘었다. 대봉쇄와 대침체가 뒤를 이었다.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해 많은 나라들이 봉쇄를 해제하고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가운데 일일 확진자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하루빨리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부질없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팬데믹의 종식까지 우리는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 터널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할 세상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유종일 KDI 대학원장 "경제 성곽시대 회귀 재앙, 문명적 퇴행"
[출처: 중앙일보] 유종일 KDI 대학원장 "경제 성곽시대 회귀 재앙, 문명적 퇴행"
포스트 코로나 5대 전환
사실 따지고 보면 초세계화, 신자유주의, 디지털 전환, 녹색 전환, 불평등이라는 다섯 가지 변화의 화두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1세기 인류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다. 다보스포럼의 주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적어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 문제들이 급박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진정한 개혁은 차일피일 미루고 엉뚱하게 외국의 음모와 불공정 경쟁, 이민자와 난민, 소수민족과 사회적 약자 등에게 화살을 돌리는 포퓰리즘이 득세했다. 코로나19는 더 이상 숙제를 미루면 안 된다는,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절박한 경고다.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경험은 역사적 위기에는 진취적 가능성과 퇴행적 가능성이 모두 잠재돼 있음을 알려준다. 유럽의 흑사병이 중세 암흑시대와 봉건제에 종지부를 찍고 르네상스와 자본주의 맹아를 낳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유럽의 얘기다. 동유럽에서는 영주들의 가혹한 억압으로 오히려 농노제가 강화되고 경제발전이 뒤처졌다. 스페인 독감 이후 국제협력주의의 좌절과 자국우선주의의 득세는 결국 대공황과 파시즘으로 이어졌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에야 유엔(UN)과 브레튼우즈 체제를 중심으로 개방과 협력을 향한 진취적 변화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