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운(15기)코오롱글로벌대표 매일경제 인터뷰

[CEO] 코오롱글로벌, 모듈형 건축서 `보석` 캐겠다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

건설 수주잔액 8.9조 `호황`
10년 투자 풍력사업 본격화

모듈형 건축 해외진출 교두보
"우주 주거시대 솔루션 기대"

81년 입사 40년 코오롱맨
수익성 위주 경영에 집중
직원 공 앞세우는`先功後私`
조직 하나로 묶는 원동력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지난 몇 년간 코오롱글로벌이 겪어온 변화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2015년 순손실 390억원을 내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순이익 464억원을 기록하며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는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건설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도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순이익 403억원을 거두며 비상하고 있다.

윤창운 대표(66)는 이 같은 코오롱글로벌의 깜짝 변신을 이끈 인물이다. 1981년 코오롱건설에 입사한 이래 `코오롱인`으로 40년째 보내고 있는 그는 영업 분야에서만 30년 이상을 근무해온 `베테랑 영업맨`이자 최고경영자(CEO)로서 이질적인 조직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최근 코오롱글로벌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윤 대표의 리더십이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변화의 단초가 됐던 건 윤 대표의 `스며드는 소통`이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대표이사로서 최선을 다하되 사적인 자리에서는 권위 의식 없이 소통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스며드는 소통의 요체다.

윤 대표는 직원들과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 점심식사만큼은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최근에 본 TV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때 활용하기 위해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재미난 이야기나 유머를 수시로 메모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윤 대표는 "마음을 얻는 데는 체면, 위신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취임 초기 회사에서 지급한 현장용 점퍼를 입고 출근하는 통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들이 사장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영업차 필리핀 출장을 갔을 때는 현지인과 비슷한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삼아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는 말로 현지 바이어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

현장 중시 경영 역시 스며드는 소통의 일환이다. 그는 회사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서로 자주 보면서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취임 이후 곧바로 현장부터 찾아갔다. 직원들과 끝장토론을 하면서 업무를 논의한 뒤 함께 식사하며 직원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를 통해 이질적인 사업끼리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윤 대표는 "건설과 상사 부문이 협력해 해외 업체의 국내 건설 투자 사업을 추진하고, 수입차 유통 부문과 상사 부문이 총판 사업 역량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실적이 동반 상승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 지휘 아래 수년간 내공을 쌓아온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다방면에 걸쳐 성과를 내고 있다. 건설 사업에서는 김해 율하 지역주택조합 사업(4061억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1조8000억원 규모 신규 수주를 기록했다. 2017~2018년 평균 5500가구였던 아파트 분양 물량이 1만가구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어난 덕이다. 수주 잔액은 지난해 건설 매출의 5배인 8조9000억원에 달한다.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풍력발전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경주 풍력 1·2단지(37.5㎿) 발전시설을 확보하고 있고, 태백 가덕산 풍력 단지(43㎿)는 올해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양양 풍력발전 단지는 공사에 들어갔으며, 태백 하사미 풍력 단지 등 두 곳은 하반기 착공 예정이다. 전남 완도 인근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400㎿)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윤 대표가 서로 다른 조직을 `원 팀`으로 묶어 시너지를 창출한 사례는 코오롱글로벌뿐만이 아니다. 그는 2008년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합작으로 설립된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6년간 CEO로 근무하면서 SKC코오롱PI를 폴리이미드(PI)필름 시장 글로벌 최강자로 키워낸 바 있다.

윤 대표는 본인 경영 철학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선공후사(先功後私)`와 `수익성 위주 경영`을 꼽았다.

선공후사는 공적인 것을 우선하고 사적인 것을 뒤에 둔다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공(公)`을 `공(功)`으로 바꾼 것이다. 윤 대표는 "직원들의 공(功)을 먼저 앞세우고 자신의 공(功)은 뒤로 돌리면서 직원들을 응원한다는 의미"라며 "임직원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위주 경영은 변화무쌍한 사업의 최전선에서 터득한 생존의 기본 원칙이다. 윤 대표는 "아무리 매출이 많더라도 그 매출에서 실질적 이익이 나지 않으면 격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숱하게 목격했다"며 "늘 직원들에게 `수익성`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오롱글로벌 행보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모듈러건축 사업 진출이다. 코오롱글로벌은 모듈러건축 기술이 미래 건설 시장을 이끌어나갈 핵심 기술로 판단하고 수년간 투자해 관련 기술을 확보한 끝에 지난 6월 자회사 코오롱모듈러스를 설립했다.

출범 후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30병상 규모 3층짜리 모듈형 음압병동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모듈러 음암병실은 공사 기간이 1개월이 채 걸리지 않아 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국내 다수의 공공병원·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협의 중이며 5개국과 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모듈러건축에 대한 윤 대표의 기대는 저 먼 곳을 향하고 있다. 그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예로 들며 모듈러건축의 무한한 가능성을 설명했다. 최근 스페이스X가 민간인 우주 여행 상품을 선보인 것처럼 모듈러건축 역시 `우주 주거`라는 꿈을 현실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우주 여행 시대를 넘어 `우주 주거 시대`도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듈러건축이 우주 주거 시대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He is…

△1954년 서울 출생 △서라벌고 △고려대 경영학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대표 △코오롱글로벌 대표(현)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화살표TOP